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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에티오피아

2박 3일 다나킬 투어 - 첫째 날 소금 사막

첫째 날

 

메켈레 ETT사무실(요하네스호텔 1층)에 모여 시간이 되면 지프에 나눠 타고 출발한다. 어디에 먼저 갈지는 투어 시작일에 따라 다른데, 내가 떠난 날은 달롤 쪽을 먼저 가는 일정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호텔에서 출발을 기다리는데, 사람들이 슬슬 지프를 타고 떠나기 시작하는데, 나를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시스템인지, 지프에 그냥 막 태우고 가는 거다. 지프가 다 떠나려는 찰나에 날 픽업 온 기사를 붙잡고 어떤 지프를 타야하는지 물어보자, 출발해서 저만치 가던 지프 한 대를 세웠고, 거기에 타라고 한다. 아무 생각없이 기다렸다면 분명 난 투어에 가지 못했을 거다. 누가 출발하는지 아무도 체크를 하고 있지 않았다.

 

내가 탄 지프는 1박 2일 여행자 두 명이 타고 있었는데, 중년의 유럽 여자 두 명이었다. 에티오피아 남부를 한 달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만 여행했다고 한다. 현지 음식을 먹고, 현지인 숙소에서 잤다고. 그들이 너무나 대단해 보였다. 난 혼자 다니고 있어서 그들처럼 약간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다닐 수는 없었다. 그들은 툭툭을 타기도 하고, 현지인 집에서 자고, 길거리 음식을 먹기도 했는데, 전혀 탈이 나지 않고, 안전하게 다녔다고 했다. 다나킬 지역은 대중교통으로 갈 수 없는 지역이기도 하고 퍼밋을 받아야해서 어쩔 수 없이 투어를 신청한 거였다. 중간에 식당에 들러서 점심을 먹는데, 그들은 한 달 만에 여행자들이 들르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고 했다. 그들이 보여준 사진은 정말 생 날 것의 아프리카 부족과 음식이 담겨 있어서 놀라웠다. 나도 언젠가 그들처럼 여행할 수 있을까? 동행이 있다면 가능할 거 같다.

 

알 수 없는 뷰 포인트에서 내려 주기도 하고, 차도 마시고, 점심도 먹고, 대체로 널널하게 목적지에 다다랐다. 우리는 사막 같이 허허벌판 한가운데 내렸는데, 거긴 나무 침대가 놓여있었다. 오늘 잘 곳이었다. 잠시 잠 잘 곳을 둘러본 뒤에 앞에 보이는 새하얀 소금 사막으로 들어갔다. 사막 안 쪽에 있는 녹색 물의 온천은 정말 신기했다. 수영복을 챙겨 간 사람들은 거기에서 수영을 하면서 온천을 했는데, 소금물이다 보니 몸이 둥둥 떴다. 수영을 마친 사람들은 가이드들이나 기사가 챙겨온 물로 가볍게 몸을 씻었다. 나는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소금 블럭이 놓여 있는 곳을 구경했다. 오늘은 소금 광부들이 한 명도 안 보이고 소금 블럭만 쌓여있었다. 다큐멘터리에서 세상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소개된 이곳은 오늘 하나도 덥지 않았다. 난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대체로 이곳은 평균 40도를 넘나다는 곳으로 때때로 영상 60도에 육박하는 곳이었다.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니 거긴 우유니 사막처럼 하얀 소금밭이 펼쳐져 있었다. 마음 껏 사진을 찍고 나서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냈다. 해질녘이 되자 가이드들이 의자와 포도주를 준비해줬다. 포도주 한 모금을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었다.

 

늦은 저녁 우리의 잠 자리는 땅 위에 놓은 나무 침대였다. 가림막도 없는데 빗방울이 떨어졌다. 하지만 다행히 금방 그쳤다. 가이드와 기사들이 나무 침대에 놓을 스펀지 매트리스와 담요 한장 씩을 나눠줬다. 나는 가져온 침낭까지 꺼내서 덮고 잤다. 여긴 더워서 잠을 못 이루는 곳이라던데 우리는 담요 한 장 덮고 자니 딱 알맞은 날씨였다. 다만 바람이 불어 그 날 난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자꾸 기침이 났는데, 알고 보니 달롤에서 불어오는 유황 바람이 그곳까지 불어와서 그랬던 것 같다. 이렇게 난생처음 땅 위에서 노숙이라는 것을 해 봤다.